박서보 고향인 경북 예천
미술관 지어 경제활성 노렸지만
박화백이 원한 건축가 섭외 실패
그사이 JW메리어트 제주가 나서
건축을 작품 아닌 건물로만 봐
2024년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에 들어서는 박서보미술관 조감도. JW메리어트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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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빌바오’는 불가능
군 예산으로 박서보미술관을 건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예천군은 한때 모금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되면 줌터와 수의계약을 해도 되고, 설계비 상한 규제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5만 명이 사는 시골 마을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을 끌어모으는 건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천 박서보미술관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게 JW메리어트다.
박 화백 측에 “조만간 서귀포에 문을 여는 JW메리어트 제주에 박서보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한 것.
그리곤 박 화백이 설계자로 추천한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를 영입하기 위해
JW메리어트 고위 관계자가 직접 스페인으로 날아가 그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대로 되면 박서보미술관은 2024년 JW메리어트 제주 내 1만1571㎡ 부지에 지상 1층(로비), 지하 1~2층(전시관) 규모로 들어선다.
‘예천군-박 화백’과 비슷한 사례는 2012년에도 있었다.
경남 함안군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생가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꾸미려고 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그사이 이 화백의 미술관은 부산에 들어섰다. 2008년 전남 고흥군은 천경자미술관을 세우려다가 포기했다.
설계자 공모 방식 등을 놓고 천 화백의 딸과 고흥군 사이에 이견이 생긴 탓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공공건축물의 설계자를 공모 방식으로 제한한다는 건
정부가 건축물을 ‘작품’이 아니라 ‘건물’로만 본다는 의미”라며
“한국판 빌바오를 꿈꾼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선아, 「고향 가려던 박서보미술관, 낡은 건축법에 막혀 제주로」, 『한경라이프』,
2023.04.28,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303276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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