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협소주택은 설립 당시 크기와 비용 측면에서 화제가 됐다. 원래 지붕이 무너진 폐가가 있던 곳이어서 선뜻 나서는 매입자가 없었다고 한다.
복잡한 건축법규를 적용하고 나면 실거주 공간 최대치가 약 16.5㎡(5평)인 작은 땅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신축이 어렵다고 보는 편이지만 최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방치된 땅이어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한양도성을 바로 옆에 둔 매력적인 땅을 평당 1천만원에 살 수 있었다”며 “덕분에 건축비를 절약해 약 3억원에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층 주차장, 2층 서재 겸 작업실, 3층 주방과 거실, 4층은 침실, 5층은 옷방과 욕실로 구성된 총 20평짜리 집으로 재탄생했다.
아파트처럼 가로로 살던 방식을 세로로 바꿔 사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까. 최씨는 “아내와 고민하며 동선에 맞게 층마다 용도를 정했다. 낮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는 2~3층을 사용하고 저녁에는 침실과 욕실이 있는 4~5층을 사용하는 식”이라며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이지만 별다른 불편함 없이 수직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개 면으로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집 근처 한양도성의 나무와 마을 정경이 한눈에 들어와 좁은 집에서 느끼는 공간적 답답함도 해소된다.
협소주택의 가능성을 보여준 ‘세로로’를 환영한 건 비단 이들 부부뿐만이 아니다. 동네 어귀에 있던 1930년대에 지어진 폐가가 근사한 주택으로 변하자 동네 사람들도 반겼다고 한다. 못 쓰는 땅인 줄 알았던 한 자투리 공간이 일으킨 긍정적인 변화다. 그 결과 ‘세로로’는 ‘2020 서울시 건축상’ 틈새건축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틈새건축’(Architecture in Between)은 ‘세로로’의 사례처럼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틈새, 자투리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건축을 뜻한다. 서울시는 틈새건축을 주제로 한 ‘2020 서울건축문화제’를 16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다. ‘랜드마크’(대표적인 상징물) 건축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주거, 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 주목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난 5월 공모를 시작한 ‘2020 서울시 건축상’의 시상식은 16일 서울건축문화제 개막행사에서 열린다.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특히 올해는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인 ‘틈새건축’ 부문의 신설로 도시 서울과 서울시민 삶의 모습을 담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건축 문화를 나누고자 했다”며 “‘서울시 건축상’이 시민 일상에 건축 문화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틈새건축을 언급할 때 올해 초 종로구 통의동에 들어선 4층 건물 ‘브릭웰’(Brickwell)을 빼놓을 수 없다. 건축사사무소 ‘SOA’(강예린·이치훈·박영서)가 설계한 이 건물은 원형 건물이라는 독특한 조형미로 등장부터 건축계의 주목을 받으며 ‘2020 서울시 건축상’ 틈새건축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선 건축 미학적으로 보면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 ‘프티팔레’(Petit Palais)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프티팔레는 독특한 내부 설계로 유명하다. 궁궐의 외관을 가진 건물로 들어서면 내부에서 뜻밖의 정원을 맞닥뜨리게 되어서다.
‘브릭웰’이 선사하는 뜻밖의 경험은 좀더 특별하다. 사유지지만 필로티(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를 띄워 4층까지 지름 10.5m의 원통형 아트리움(중정)을 만들었다. 1층에는 연못을 만들고 주변에 야광나무, 털부처꽃 등을 심었다. 연못 주변을 걷다 고개를 들면 원형의 하늘이 보인다. 공공건물도 아닌데 사유지의 절반 가까운 넓이를 비워내 주변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원이 만들어졌다.
백미는 이 정원이 서쪽에 있는 백송 터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백송 터는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가 1990년 태풍으로 고사한 백송(白松)이 있던 자리다. 건축가 이치훈씨는 “백송과 연계된 작은 정원을 구상했고 그 결과 행인들이 오가는 ‘공공 정원’ 성격의 산책로가 됐다”고 말했다.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 토지개발 이득을 바라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김포그니, 「10평 대지 위 5층 건물이 사랑받는 이유…‘틈새건축’의 새 실험」, 『서울앤』, 2020.10.15,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73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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